2022/04/19 12:35

나는 꽃 – 4월 19일 날마다 날마다 글쓰는 이들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할 말이 없거나 말주변이 부족하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것의 의미를 잃었을 수도 있고

속엣말이

사랑,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에서

머뭇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 안에서 홀로 견디는 법과

자신 안에서 사는 법 터득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겨울이 그 가슴을 영원한 거처로 삼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단지 봄이 또다시

색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새들이 그 마음속 음표를 다 물고 갔다고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

외로움의 물기에 젖어

악보가 바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동행 없이 혼자 걷는다고 해서

외톨이의 길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길이 축복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었으나

가슴 안에 아직 피지 않은 꽃들만이

그의 그림자와 통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 봄을 기다리며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류시화, 수오서재 2022

 

속엣말이

사랑,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에서

머뭇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수줍은 작약 같아서

사랑해라는 말을 목구멍에 걸어두고 산다.

오늘은 토해내야지

단단히 다짐하고 연인 앞에 섰다.

 

마주한 연인이 웃으며 성급히 고백한다.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라는 말을 끝내 토해내지 못하고 꿀꺽 삼킨다.

 

망설이다 늦었다.

내가 이토록 무겁게 담고 있는 단어를

서슴없이 하고야 마는 연인을 보고 철렁 마음이 내려앉는다.

 

너는 쉽구나. 어쩌면, 그토록 쉬 떠날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그 두려움에 목에 걸린 단어를 기어이 삼키고 만다.

내일도 그다음 날에도 사랑해단어 하나를 목에 걸어둔 채로 너를 사랑하겠지.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