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9 14:18

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 천만권의 책읽기

<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 이의진, 행성B 2020년

 집착은 각자에게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좋은 집과 명품 옷과 번들거리는 학벌과 사회적 지위만 집착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모든 욕심은 집착이다. 
한 달 수입 몇 천 만 원인 사람에게 천만 원 짜리 가방은 너끈한 소비이자 당연한 권리이겠지만 
한 달 수입 몇 백 만 원인 사람에게는 단돈 십만 원 짜리 가방도 사치이다. 
더군다나 그것을 유지하겠다고 악착스러움을 보이는 건 집착일 수 밖에 없다. 
.......
끊임 없이 사들였고, 읽을 만큼 읽고 나선 즉시 정리했을 뿐이다. 
요컨대 화분이든 책이든 그러한 것들을 통해 내 삶에서 소유하려는 집착을 끊어 내는 연습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우리 집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다 문득 보게 되었다. 
마치 산사(山寺)의 한 공간처럼 텅 빈 듯한 고즈넉한 고요를, 
하지만 역설적으로 넉넉한 여유로움으로 채워진 빈 공간을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
 내가 머무는 공간이 어디든 내 물건들을 최소한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끊임없이 늘어나는 짐에 둘러싸이게 된다.
옷장 속에서 숨도 못 쉬고 끼어있는 옷들을 꺼내어 버렸다. 버렸어도 또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주방 싱크대 속에 언제부터인지  모아 놓은 유리병들이 넘쳐 난다. 유난히 유리병에 집착을 하는 것이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담은 음식이 다 들여다 보이고, 남은 음식의 양도 알 수 있는 유리 용기가 이 너무 좋다. 
자칫 깨뜨릴까 조심히 다뤄주어야 하니 그러한 나의 태도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그럼에도 지나쳤다.
그 많은 유리병을 버렸다. 결국 다 버리지는 못했다. 
태풍이 불어 온다면 다 날아갈 것들......
내 인생이 차차 맑아 지기를 바라면서 과한 것들을 조금씩 더 덜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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