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3 23:12

풍경과 상처 천만권의 책읽기

마루는 자존심 높은 문화의 공간이다.
그 곳은 떠 있는 공간이고 아궁이나 부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 곳은 땅에 닿아 있지도 않다.
그곳은 지표로부터 아주 합당한 여백을 두고 떨어져 있다.
마루와 땅 사이의 공간은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공간이다.
인간은 그 공간을 깔고 살 뿐, 그 밑으로 드나들지는 않는다.
겁 많은 시골 개들이 짖으면서 도망갈 때 그 안으로 숨는다.
삶은 깊고 움푹한 곳에 연결되면서도 그와 동시에 그곳과 떨어진 서늘함 쪽으로 연결된다.


할아버지댁 대청마루가 떠올랐다. 어릴때 숨바꼭질 하느라 마루밑에 잠깐씩 숨었던 기억이난다. 
대 여섯살 어린아이가 숨기 딱 좋은 공간이었던 것 같다. 술래 몰래 얼른 뛰어나가기도 좋은 장소.......
마루..... 자존심 높은 문화의 공간이라........ 맘에 드는 표현이다.

1994년,,,,, 이책이 처음 출간된 해라는데,  그때 나는 21살이었다.
와,,,, 21살이라는 나이가 너무 까마득해서 낯설게 느껴진다.
김훈이라는 작가를 모르고 살다가 <칼의 노래>를 읽고서.......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꺼내놓는 이름중에 김훈이 등장한다.
풍경속에 묻어있는 상처.......
아물지 않은 상처가 쓰릿하게 느껴져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가볍게 읽었어도 내 가슴속 어느 구석에든 무겁게 내려앉아 버리는 글이 참 좋다.
그 무게를 감당하고 싶어지니 말이다.
 

<풍경과 상처> 김훈, 2009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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