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6 23:29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2008년 마로니에북스 천만권의 책읽기



P. 30

바느질

눈이 온전했던 시절에는
짜투리 시간
특히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돋보기를 쓰고 바느질을 했다.

여행도 별로이고
노는 것에도 무취미
쇼핑도 재미없고
결국 시간 따라 쌓이는 것은
글줄이나 실린 책이다.

벼개에 머리를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 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아침 일찍 출발 ~
잣향기푸른숲과 아침고요 수목원을 다녀왔다.
굳이 이런 날씨에.......
온종일 흐리고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다 말다를 반복하던 오늘 같은 날에 굳이.......
오가는 차 안에서 펼쳐든 시집한권......
10년 만에 다시 펼쳐 든 박경리의 유고시집, 
오늘 같은 날 딱 읽기 좋았다. 


비에 흠뻑 젖은 잣향기 푸른숲을 걸으며 생각한다.
한 땀 한 땀 기워 나가듯 
나의 삶에서 닳아진 곳을 찾아 서툰 솜씨로라도 기워 봐야 겠다.
휑한 구멍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지 않도록.....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꽃길만이 아니어도 
걷다보면 꽃향기 가득한 길도 지나고 흔들흔들 휘청대는 흔들다리도 건너고 
그렇게 걷다가 보면 하룻밤 묵어가도 좋다는 맘 좋은 이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맑은 날에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풍경들을 가슴에 담아왔다.
장대 같은 비를 피해 들어간 찻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빨강머리 앤도 만날수 있었으니

굳이.... 
오늘 같은 날씨에도 수목원에 가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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