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9 18:07

딴, 짓 천만권의 책읽기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워낙 딴짓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책을 만났다.
작가의 딴짓이 스스로의 삶을 살찌우고 여유있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열심히 살아내는 하루하루속에 양념같은 '딴짓'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나를 알려주면 그 하나를 비틀어서 딴 생각에 빠져 
엉뚱한 질문을 자꾸 하는 바람에 어려서 선생님께 혼이났던 기억들이 쌓이면서
나의 딴짓은 자꾸 안으로 숨어 들어야 했지만 차곡차곡 쌓여있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틀이 정해진 것을 접하면 일단 그 틀을 이해한 후 
그 틀에 얽매이지 않는 쪽으로 비켜가기를 시도하고 어그러지기를 좋아한다.
장난스런 심술이 늘 깨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엉뚱한 것들이 자꾸 생겨나지만 그럴 수록 나의 애착은 커진다.
남들이 잘 해낸 것을 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으니
그저 다르게 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똑 같지 않으니 비교할 수가 없지 않은가.......
누군가가 나를 따라하면 나는 또 비틀어지면 된다. 
그것이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하는 삶의 재미이고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이다. 

<딴, 짓> 강수정 , 2015년 소담출판사
 

2019/08/18 14:51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찌질한 위인전 천만권의 책읽기

생각해 보자.
진짜 찌질한 것은 
무엇이든 그게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내 목숨이 영원할 것 같고, 
내가 가진 권력이나 돈이 영원히 나에게 머물 것 같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대한 찌질함의 가능성이 열린다.
때문에, 
불안이 반드시 영혼을 잠식하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우리는 더 찌질해질 수도 , 덜 찌질해질 수도 있다. 
불안이 우리의 영혼을 잠식할 수도 있지만, 
불안이라는 계단없이는 우리가 더 나은 곳으로 올라갈 수 도 없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 연수프로그램을 참여했을때 강사가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 자녀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위인전에 나올만큼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정말 원하시나요?"
위인과 그들의 가족은 과연 행복한 삶을 누렸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참여자들의 대답은 거의 다 '그렇지 않아요' 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업적에 가려서 그 고단했던 삶을 외면하고 
그 업적과 명성을 쫒기 위해 자녀들을 채근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는 시간이었다.

'찌질하다' - 속되게 보잘것 없고 변변하지 못하다. 
의미를 다시 찾아보았다.
제목에 혹하여 읽었는데 위인들의 나약한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오히려 더 매력을 느끼게 된 것도 같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찌질한 행동을 했던 위인들의 과거사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어서 좋았다.


<찌질한 위인전> 함현식, 2015년 위즈덤하우스



2019/08/17 23:04

유럽, 빵의 위로 천만권의 책읽기


탄수화물을 줄여보겠다고 빵가게 걸음하는 일을 줄였다.
빵을 주식으로 먹지 않고 간식으로 주식보다 더 먹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내린 결정이다.
새로 생겨나는 디저트카페의 빵이나 케이크가 너무 달고, 점점 단만에 익숙해져만 가는 입맛을 신경쓰지 않으면
건강검진 결과가 정말 기분 나쁘게 나오게 된다.
빵의 위로.....
그림의 빵이다.
그 맛을 상상하며 유럽의 골목골목을 걷는다는 기분으로 읽었다.
읽다보니 내가 걸었던 곳의 지명이 등장해 반가웠고, 그곳에서 먹었던 빵 생각도 나면서 여행이 하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눈으로 예쁘고 먹음직한 갖가지 빵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았다.
내일은 단백한 식빵을 사러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으나 
빵집에 가면 사려고 했던 것 보다 항상 더 많은 빵을 쟁반에 담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에
내일가자....... 내일가자...... 자꾸 미룬다.

 <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2013년 예담

2019/08/16 11:10

냅킨노트 천만권의 책읽기

도시락편지......
예전에도 자녀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어머니가 날마다 편지를 써서 넣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학교급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정말 옛날 이야기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손글씨, 손편지가 정말로 귀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가끔 출근하는 남편의 안주머니 편지를 몰래 넣어놓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휴대폰 문자가 익숙해져 아주 먼 옛날일이 되어버렸다. 
연하장대신 카톡으로 보내는 이모티콘 새해인사, 메일로 대신하는 인사를 받으면 
삭막해진 세상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젠 그나마도 익숙해져 그렇게 인사를 보내는 정성도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얼마전 교회에서 봉사를 다시 시작했는데 
우리 교회에 새로나와 등록한지 얼마되지 않은 분들에게 손편지를 써서 5주 동안 보내는 일이다.
글씨를 안쓰다가 쓰려니 잘 써지지도 않고 메뉴얼이 있기는 하지만 정성스레 적을 단어를 고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각종 청구서 사이에서 발견되는 손편지가 얼마나 반가울까 싶은 마음에 봉사하는 일이 즐겁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이 가족들 생일에 축하편지를 적어 선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한동안 잊어버려 인쇄물에 익숙해진 문자들을 삐뚤빼뚤 못쓰는 글씨로 적은 손글씨가 작은 미소를 만들수 있을 것 같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남편에게 받았던 편지, 아이들에게 받았던 카드나, 어릴때 친구들에게 받았던 편지들을 다 모아 놓았는데 
그것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가끔의 이벤트로라도 활용해 볼 일이다.
나의 못난 손글씨가 누군가의 보물상자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

<냅킨노트> 가스캘러헌, 이아린 옮김, 2015년 예담


2019/08/15 20:13

사람아, 아프지 마라 천만권의 책읽기


진료실 앞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일은 참 지루하다.
가까이 있는 병원도 아니고 집과의 거리가 있는  먼 곳까지 가게되는 경우는 더 그렇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가 몇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짧게 진료를 하고 나오는 경우는 더 없이 허무하다.
보호자로서 의사를 만나게 되든, 환자로서 의사를 만나게 되든.....
친절하고 믿음이 가는 의사를 만나게 되는 경우는 그 병원을 다시찾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지만 
차갑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무뚝뚝한 의사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병을 더 키우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편찮으신 시부모님의 오랜 간병으로, 딸아이의 불운한 교통사고로, 병원을 지겹도록 들락거리면서 
의료진들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여기 저기 아프다 생각 될때..... 병원으로 발걸음 하게 되는 것에 게을러 진다.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나도 나이먹으면서 자연스레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겠지......
이정도 아픈것 가지고는 어떤 검사 결과도 정상수치 범위일 테고, 더 아프면 가지 뭐...... 하게 되는 것 같다.
짧은 진료 시간 중에 한 두 마디로도 위로가 되고 용기를 얻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의사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분들에게 나는 어떤 보호자로, 어떤 환자로 남았을까?
 
< 사람아, 아프지 마라> 김정환, 2016년 행성B(행성비)


2019/08/14 23:25

고양이인 척 호랑이 천만권의 책읽기

거울은 최고의 친구이다.
내가 흐느낄 대 비웃지 않기 때문이다. 
 - 찰리 채플린-
우리는 가지고 있는 열다섯 가지 재능으로 칭찬받으려 하기보다, 
갖고 있지도 않은 한가지 재능으로 돋보이려 안달한다. 
- 마크 트웨인 - 


고양이로 살고 싶은 호랑이는 아무리 야옹야옹 하려해도 어흥어흥 하게되고, 
어쩌면 자신이 고양이 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있지만 호랑이 인줄 아는 고양이.......

그 둘이 어울려 이루어낸 조화로움으로 마지막 문장을 만들어 냈다.  
 
지금은 누가 커다란 고양이인지 누가 조그만 호랑이인지 아무도 모르겠군요.

그림도 글도 재미있는 동화다.
나는 고양이 일까?  호랑이 일까? 
선택해야 한다면 나도 고양이인 척 살아가고 싶다.
강한 힘을 가졌지만 가진 척 않고, 가진자의 자신감으로 유연하게 나의 길을 또각또각 걷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못가진 것에 연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단단히 하고 
내가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으면서 나눌수 있는 방법을 항상 궁리중이다.........


<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2015년 다산북스  

2019/08/13 23:12

풍경과 상처 천만권의 책읽기

마루는 자존심 높은 문화의 공간이다.
그 곳은 떠 있는 공간이고 아궁이나 부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 곳은 땅에 닿아 있지도 않다.
그곳은 지표로부터 아주 합당한 여백을 두고 떨어져 있다.
마루와 땅 사이의 공간은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공간이다.
인간은 그 공간을 깔고 살 뿐, 그 밑으로 드나들지는 않는다.
겁 많은 시골 개들이 짖으면서 도망갈 때 그 안으로 숨는다.
삶은 깊고 움푹한 곳에 연결되면서도 그와 동시에 그곳과 떨어진 서늘함 쪽으로 연결된다.


할아버지댁 대청마루가 떠올랐다. 어릴때 숨바꼭질 하느라 마루밑에 잠깐씩 숨었던 기억이난다. 
대 여섯살 어린아이가 숨기 딱 좋은 공간이었던 것 같다. 술래 몰래 얼른 뛰어나가기도 좋은 장소.......
마루..... 자존심 높은 문화의 공간이라........ 맘에 드는 표현이다.

1994년,,,,, 이책이 처음 출간된 해라는데,  그때 나는 21살이었다.
와,,,, 21살이라는 나이가 너무 까마득해서 낯설게 느껴진다.
김훈이라는 작가를 모르고 살다가 <칼의 노래>를 읽고서.......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꺼내놓는 이름중에 김훈이 등장한다.
풍경속에 묻어있는 상처.......
아물지 않은 상처가 쓰릿하게 느껴져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가볍게 읽었어도 내 가슴속 어느 구석에든 무겁게 내려앉아 버리는 글이 참 좋다.
그 무게를 감당하고 싶어지니 말이다.
 

<풍경과 상처> 김훈, 2009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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